'크리스천'은 원래 스스로 붙인 이름이 아니었다
(타칭과 피칭의 반전)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스스로를 '크리스천' 또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당연하게 칭하지만, 역사적 기원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명칭은 신자들이 스스로를 높이거나 구분하기 위해 붙인 '자칭'이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 11장 21~26절에 따르면, 스데반의 순교 이후 가해진 대대적인 박해로 인해 예루살렘 교회의 성도들은 고향을 떠나 페니키아, 키프로스, 그리고 시리아 안티오키아(Antioch) 등지로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당시 안티오키아는 로마 제국 내에서 수도 로마, 알렉산드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대도시(상주인구 약 50만 명)로, 다인종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거대한 용광로였습니다. 이곳에 도달한 키프로스와 키레네 출신의 무명 신자들은 기존의 율법적 장벽을 깨고 이방인(헬라인)들에게도 주 예수를 전파하는 파격적인 사역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형태론적 언어학 분석
헬라어 어근: 메시아 / 기름 부음 받은 자
라틴어 접미사: ~에 속한 가신·추종자 파당
그리스도인 (피칭 / 타칭)
'그리스도인'에 해당하는 헬라어 단어 '크리스티아노스(Χριστιανός)'의 형태론적 구조를 살펴보면 인문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헬라어 어근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 기름 부음 받은 자/메시아)'에 라틴어 접미사 '-이아노스(-ianos)'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당대 라틴어 접미사 '-이아노스'는 특정 정치적 리더나 군주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당원 및 가신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던 전문 용어였습니다. 예를 들어 헤롯 왕가를 따르는 파당을 '헤로디아노이(헤롯 파)', 황제 친위대를 '아우구스티아노이'라 부른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입니다.
즉, 안티오키아의 로마 행정관들과 이교도 불신자들은 신자들의 삶과 언어를 유심히 관찰한 뒤, 언어와 행동의 중심에 늘 '크리스토스'를 두고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일종의 별칭이자 피칭(피명칭/타칭)으로 "크리스토스라는 인물을 수령으로 모시고 따르는 무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제3의 부류(Tertium Genus)로서의 파격
당대 고대 세계는 인류를 오직 '유대인'과 '이방인'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분류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 되어 서로를 섬기고 사랑하는 안티오키아 교회의 독특한 모습을 보며 세상은 그들을 기존의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부류(Tertium Genus)'로 각인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교리 이수증처럼 스스로 집어 든 이름이 아니라, 타인에게 인격과 삶의 형상으로 인정받은 거룩한 증언이었던 것입니다.